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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 칼럼 아는 사람의 아는 얘기; 홍대 앞 어슬렁페스티벌과 우와페스티벌

그외음악축제 https://www.ggoggama.com/board/view/1690복사 2018-10-19 11:49:54




지금 이 곳을 아끼고 사랑할 때 저절로 축제가 된다

-홍대 앞 어슬렁페스티벌과 우와페스티벌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아직 가을이어서 좋았던 시월의 두 번째 주말, 곳곳에서 축제가 열렸다. 가을 바람을 맞고, 음악을 듣고, 맥주를 마시며 노닐 수 있었던 하루는 짧았다. 사람들은 그 짧은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떠나고 걷고 머물렀다.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곳으로 향했지만 어떤 이들은 익숙한 공간을 바꾼 뒤 사람들을 초대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에서 펼쳐진 우와페스티벌과 어슬렁페스티벌이 그랬다.


흔히 ‘홍대앞’이라고 부르는 동네는 이제 지하철 홍대입구역 쪽만이 아니다. 합정, 상수, 망원까지가 다 ‘홍대앞’이다. 공방, 댄스클럽, 독립서점, 라이브클럽, 복합문화공간, 빵집, 식당, 주점, 카페 등이 공존하는 ‘홍대앞’은, 더이상 대안적인 문화의 산실이라고만 부를 수 없는 지역이 되었다. 월세는 치솟고 예술가들은 인근 지역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는 이들이 있다. 그곳에 남아 무언가 해보려는 이들이 있다. 단지 자신의 직업이거나 밥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홍대가 ‘홍대앞’이 되기까지 쏟은 예술가와 기획자들의 피땀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며, 여전히 다른 삶을 꿈꾸며 ‘홍대앞’을 찾는 이들을 외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마다 공간을 열고 프로그램을 짠다. 그리고 이따금 새로운 판을 벌인다.


작년에 시작한 어슬렁페스티발과 올해가 처음인 우와페스티벌은 모두 잔다리페스티벌의 일원이다. 어슬렁페스티발(Earth Run Festival)은 홍대앞이라는 생태계를 함께 구성하는 상수동 인근에서 열렸다.



어슬렁 페스티발 (사진 출처 모두, 잔다리 페스티벌)



제비다방을 거점으로 맞은편 골목의 GS25, 본투비치킨, 탐라바당, 이리카페, 슬런치팩토리, 틈, 그문화다방 등등의 공간에서 제각각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10월 13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상수로운 예술생활」이라는 이름 아래 제비다방, 탐라바당, 틈 등의 공간 앞에서 신나는섬, 곽푸른하늘, 도마, 전기성, 야마가타트윅스터, 하이미스터메모리, 여유와 설빈 등이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상수로운 몸과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달리기, 영화상영, 루미큐브, 거리요가, 가야금체험 등의 체험 프로그램들이 이어졌다.


상수역 인근 골목은 홍대 앞의 끝자락인데 왁자지껄해지며 월세가 오른 홍대앞을 피해 옮겨온 가게들이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이 동네에도 사람이 몰리고 가게들이 늘고 있지만 골목의 풍경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화지형연구소 CTR이 주관한 어슬렁페스티발의 공연과 프로그램에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지는 않았다. 30여 명의 사람들이 꾸준히 어디선가 나타나 공연과 공연 사이를 흘러다녔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노래는 골목안에 맴돌았고, 골목밖으로 뛰쳐나가지 않았다. 모든 노래는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단지 어쿠스틱 악기로 노래하는 포크음악이었기 때문도, 볼륨을 높이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었다. 공연과 프로그램을 위해 공간 앞을 열어준 가게들은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았고, 그 웃음은 상수동 골목이 항상 노래를 품고있는 곳이었음을 드러냈다. 노래를 품고있는 마음은 더 많은 돈과 이익을 위해 골목을 망가뜨리지 않는 마음이고, 다른 가게들이 만든 분위기를 함부로 깨지 않는 마음이었다. 존중과 배려의 마음 위에 공연이 얹히고, 체험 프로그램이 얹히면서 골목은 더욱 너그럽고 편안해졌다. 가을볕 아래 신나는섬이 노래하고, 저물녘 정우와 도마가 어둠을 배경으로 노래했을 때 골목은 더욱 깊어졌다. 전기성의 노래로 불쑥 들떴던 골목에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리어커를 끌고 나타났을 때에는 일순 달아올랐다. “남녀칠세부동산세”라거나 “쌍수 들고”를 외치며 자본이 지배하지 않는 상수를 염원할 때 어슬렁페스티발은, 지금처럼 그저 어슬렁거리며 즐길 수 있는 상수의 느긋함과 평화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토로했다.


그에 반해 우와페스티벌(Woowa Festival)은 그야말로 우와,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와 페스티벌 (사진 출처 모두, 잔다리 페스티벌)



라이브클럽 빵과 커피프린스가 있는 와우산로 29길에서 펼쳐졌기 때문은 아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주관한 우와페스티벌 역시 나라부동산, 은혜컴퓨터크리닝, Nostro 같은 동네가게들과 매직스토로베리사운드의 일터에서 열렸다. 걷고싶은거리와 맞닿아 있고, 신촌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라이브클럽 빵, 커피프린스 같은 오래된 공간들이 있고 많은 이들이 오간다. 그 길 안쪽에 자리잡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우와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동네가게들을 음악놀이터로 바꾸었다. 나라부동산은 부동산노래방이 되었고, 은혜컴퓨터크리닝은 라이브 디제잉이 펼쳐지는 디스코세탁소가 되었다. 옷가게 Nostro는 포크라노스 뮤지션들의 컴필레이션 음반 발매기념 공연이 열리는 옷장라이브클럽으로 탈바꿈했다. 작은 네거리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넘쳤다. 라이브클럽 빵이 있는 건물에서 DJ Mellan, Bexa, Tiger Disco가 판을 바꿔가며 음악을 틀 때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음악의 그루브에 빠져들었다. 그 음악을 듣다가 부동산노래방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옷장라이브에 가서는 구원찬, 로파이베이비, 이루리, 민열, 우주 등의 공연을 보았다. 옷장라이브에는 백예린이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무료로 진행한 우와페스티벌은 홍대앞이라는 동네가 이렇게 음악과 잘 어울리는 곳이며, 오래된 가게와 사람들이 함께 빚어내는 평범한 풍경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새삼 느끼게 했다. 삶의 터전이 놀이의 공간이 될 수 있고, 음악이 스며들어 페스티벌이 될 수 있으며, 그 즐거움과 추억이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 또 다른 페스티벌임을 우와페스티벌은 가만히 보여주었다. 숙련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직원들은 곳곳에서 웃으며 사람들을 맞고 이끌었다. 바쁘게 일해야 하는 날을 쪼개 우와페스티벌을 준비해야 했음에도 그들부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아케이드버스와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플리마켓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북적북적 했지만 다 자연스럽고 유쾌했다. 우와페스티벌에는 젊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그득했다.


압권은 청테이프 거래였다. 길가의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청테이프 조각들을 떼어오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직원들이 집에서 가져온 소소한 물건들로 바꿔주는 그린테이프머니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네를 돌아보게 하고, 동네를 들여다보게 하고, 동네를 깨끗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놀이와 의미를 하나로 이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청테이프 조각들을 모으고 웃으며 물건으로 바꿔갔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만두가 디자인하고 진행한 그린테이프머니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히트곡을 만들어 돈을 벌기 위해 운영하는 회사가 아님을 슬쩍 보여주었다. 삶을 더 밝고 즐겁고 의미있게 만들어주려는 태도와 ‘엉뚱함과 유머러스함’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미션이자 자산임을 알아차릴 수 밖에 없었다. 잔다리페스티벌의 공식 프로그램이었고, 정부보조금 지원을 받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달라붙지 않고서야 할 수 없었을 페스티벌이었다. 일반 축제기획사처럼 접근했다면 만들 수 없었을 페스티벌이 토요일 오후의 동네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홍대앞이 항상 이와 같을 수는 없더라도 가끔이라도 이럴 수 있을 때 홍대앞은 홍대앞으로 특별하게 소중해질 수 있었다. 바로 잔다리 페스티벌의 이유였다. 내년에도 연남동이나 망원동으로 넓혀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게 한 두 개의 페스티벌은 동네와 음악, 로컬과 페스티벌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서로를 꽃피워야 하는지 보여주었다. 유행을 만들고 힙함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곳을 아끼고 사랑할 때 저절로 축제가 되었다. 음악은 그저 도울 뿐이었다. 내년에도 다시 빠져들고 싶은 페스티벌이 함께 피어났다.





서정민갑

2004년부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광명음악밸리축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대중음악웹진 가슴 편집인과 대중음악웹진 보다의 기획위원을 맡았고, <Red Siren> 콘서트, <권해효와 몽당연필> 콘서트,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등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연출도 병행하고 있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를 비롯한 몇 권의 공저가 있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이메일은 bandoby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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