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가마 TALK
  • 게시판
  • 꽃가마 출동요청

게시판 > 전체보기

서정민갑 칼럼 아는사람의 아는얘기; 대중음악의 현재와 미래, 월드클럽돔 코리아 2018

월드클럽돔 https://www.ggoggama.com/board/view/1680복사 2018-09-13 13:03:41



음악과 나만 존재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사하기


-대중음악의 현재와 미래, 월드클럽돔 코리아 2018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돗자리는 없다. 의자도 없다. 오직 스탠딩이다. 물론 어디든 주저앉아도 된다. 하지만 다들 서있는데 혼자 앉을 생각 못한다. 맞다. 내가 그랬다. 십수년전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에 처음 갔을 때 습관처럼 돗자리를 챙겼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돗자리를 편 사람 아무도 없었다. 챙겨간 돗자리는 그대로 가방 안에 감금. 그 때 알았다. 세상의 음악 페스티벌은 돗자리를 펼 수 있는 페스티벌과 펴지 않는 페스티벌로 나뉜다는 사실을. 그리고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돗자리를 펴지 않는다는 것을. 그 후로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에 몇 번 더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서 있을 뿐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춤추고 놀러 왔는데 앉을 새가 어디 있나. 댄스 클럽에서는 대부분 서 있지 않나. 게다가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의 관객들은 20~30대라서 계속 춤추고 마시며 놀아도 거뜬하다. 나 같은 40대 관객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를 찾는다.


그렇다고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신나게 놀다가 지치면 아무데나 주저 앉아 쉬면 된다. 근사한 패션을 선보이는 관객들이 많지만 관객들 대부분은 서로의 패션에 무심하다. 자기 놀기 편한 대로 입고 와서 놀다갈 뿐이다. 게다가 이제는 더위도 완전히 꺾였다. 오히려 밤에는 얇은 겉옷을 걸쳐야 할 정도이다. 어느새 여름과 겨울로 양분되어 버린 한국의 사계, 그 중 아주 잠깐 가장 좋은 선선한 초가을이다. 몸을 흔들어도 땀나지 않는 날. 두꺼운 옷이 필요하지 않은 날.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기 가장 좋은 날이다. 이 때 춤추지 않으면 언제 춤출까.

 

 

그래서 우리는 인천으로 간다. 왜 서울 이태원이 아니라 인천인지 묻지 마시라. 월드클럽돔 코리아가 올해로 벌써 두 번째다. 지난 해 가을 처음 시작한 월드클럽돔 코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큰 클럽’을 표방하며 인천광역시 문학경기장에서 문을 열었다. 인천문학경기장의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주차장, 인공암벽장, 광장 등을 스테이지로 무려 7개의 무대를 만들었다. 출연진은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노이즈콘트롤러스, 더블유 앤 더블유, 돈 디아블로, 드미트리 베가스 & 라이크 마이크, 마틴 개릭스, 미하, 스벤 바스, 스티브 아오키, 시갈라, 아민 반 뷰렌, 아프로잭, 올리버 헬덴스, 와일드스타일즈, 이디엑스, 자톡스, 펠릭스 옌을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의 DJ/프로듀서들이 죄다 인천으로 몰려들었다. 베이스 뮤직, 일렉트릭 하우스, 테크노, 트랩,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하드스타일, 하우스를 비롯한 다양한 일렉트로닉 장르를 고르게 담아낸 월드클럽돔 코리아는 말 그대로 아시아 최고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첫 번째 페스티벌이라 나타날 수밖에 없는 진행상의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출연진들의 명성만큼 뛰어난 공연들은 모든 아쉬움을 덮기에 충분했다. 첫해라서인지 예상외로 관객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도 월드클럽돔 코리아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제 월드클럽돔 코리아는 두 번째 페스티벌을 이어간다. 9월 14일 금요일부터 16일 일요일까지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클럽돔 코리아에는 올해에도 더블유 앤 더블유, 디미트리 베가스 앤 라인크 마이크, 레이든, 마틴 게릭스, 마틴 젠슨, 발렌티노 칸, 르슉, 샘 펠트, 스티브 아오키, 아스터, 어글리덕, 아민 반 뷰렌, 웨건, 캐쉬 캐쉬, 킹맥, 포비, 플라스틱 펑크, 플로스트라다무스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디제이와 프로듀서들이 죄다 호출 받았다. 디스코, 테크노, 트랩, 트로피컬, 퓨처 베이스, 하우스 등 다양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풍성하게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 최상급 디제이와 프로듀서들이 틀어주는 힙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3일 내내 만끽하며 총정리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 그런데도 이 기회를 놓친다면 내년까지 이불킥할 게 분명하다.

 

 

올해의 스테이지는 메인 스테이지, 클라이밍 스테이지, 슈퍼 마니악 스테이지, 포레스트 스테이지까지 총 4개. 지난 해보다 무대 수는 줄었는데, 메인 스테이지의 LED 조명과 특수효과는 역대 최고 규모를 예고하고 있다. 9월 14일과 16일에 선보인다는 시그니쳐 쇼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올해에도 스테이지마다 다른 음악과 분위기를 선보일 예정이라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하겠지만 스테이지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행여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래봐야 춤추는 음악이라고 폄하하지 말자. 로버트 무그, 월터 카를로스를 비롯한 초창기 뮤지션들이 신디 사이저를 전무후무한 악기로 업그레이드 한 뒤 현대 대중음악은 테크놀로지와 무관할 수 없게 되었다. 디스코, 록, 아트록, 테크노, 프로그레시브, 힙합을 비롯한 수많은 대중음악 장르들이 테크놀로지의 손을 빌어 태어났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 50여년동안 일렉트로닉 음악은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쉼 없이 나아갔고, 2000년대 이후 최정상을 놓치지 않는다. 지금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악들은 어떤 식으로든 일렉트로닉 음악과 연결된 음악이다. 테크놀로지와 연결된 모든 음악을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부른다면 현대 대중음악의 반 이상은 일렉트로닉 음악이라 불러야 한다.


그 중에서도 월드클럽돔 코리아에서 선보이는 음악은 현 전자음악의 중심이다. 물론 몸을 흔들며 듣기 좋은 음악이지만 각각의 사운드와 어법은 모두 다르다. 어떤 음악은 경쾌하고, 어떤 음악은 음울하며, 어떤 음악은 거칠고, 어떤 음악은 화려하다. 록이나 힙합 같은 장르에서 뮤지션과 장르마다 사운드와 어법이 다르듯 일렉트로닉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만들어낸 음악은 오래 전에 건조한 기계음을 뛰어넘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친숙한 배경음악이 되었고,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넓고 복잡해졌다.


재즈나 포크 음악이 대개 사유하게 만든다면, 일렉트로닉 음악 중에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은 무념무상, 무아지경에 빠지게 만든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반복과 증폭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사유보다 감각으로 이끌고, 감각마저 무의미한 무의식과 초월의 세계로 초대한다. 일렉트로닉 음악만 열락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지 않는다면, 음악이 선사하는 쾌락 중 가장 큰 즐거움 하나를 포기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국내에서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 떠나서 일 년의 3일쯤은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만 빠져들어도 된다. 유행이나 트렌드도 잠시 잊자. 이번 주말 오직 음악과 나만 존재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사하자. 듣다보면 빠져들고 빠져들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은 대중음악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주말 월드클럽돔 코리아로 가자. 음악의 역사, 페스티벌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데 어찌 놓친단 말인가!

 

 



서정민갑 


2004년부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광명음악밸리축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대중음악웹진 가슴 편집인과 대중음악웹진 보다의 기획위원을 맡았고, <Red Siren> 콘서트, <권해효와 몽당연필> 콘서트,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등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연출도 병행하고 있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를 비롯한 몇 권의 공저가 있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이메일은 bandobyul@hanmail.net 





사진 53*53 내용입력
 

댓글 0

목록

아이디로 로그인

로그인

꽃가마에 처음이세요?

꽃가마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