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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 칼럼 아는사람의 아는얘기; 2018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기다리며

펜타포트 https://www.ggoggama.com/board/view/1670복사 2018-08-02 11:35:49


단 하나의 여름 록 페스티벌에서 만나자!
2018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기다리며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찌는 듯 더운 날도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공연도 멈추지 않는다. 뮤지션은 연주하고 우리는 듣는다. 듣기 위해 모이고, 모여서 함께 듣기 위해 기다린다. 다시 1년을 기다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2018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8월 10일 금요일부터 12일 일요일까지,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센트럴로 350 송도달빛공원에서 열린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올해로 13년째. 이젠 전설이 되어버린 트라이포트의 악몽도 희미해질 만큼 펜타포트의 추억이 쌓였다. 펜타포트의 공간이 바뀌면서 이어지는 동안, 한국의 대중음악 페스티벌 시장은 변화를 거듭했다. 


쌈지사운드페스티벌과 부산록페스티벌만이 한국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이었던 시절, 우리는 해외 뮤지션들이 등장하는 야외 페스티벌을 얼마나 열망했던가. 2006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처음 열렸을 때 음악팬들은 인천으로 몰려들었고, 열광했다. 한국에서 쉽게 보지 못할 줄 알았던 뮤지션들이 계속 페스티벌을 찾았고 그만큼 페스티벌 수는 늘었다. 한 때 여름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5개까지 늘었다. 봄여름가을 내내 페스티벌이 열리고, 수도권 밖 중소도시에서도 페스티벌이 이어진다. 페스티벌마다 록, 일렉트로닉, 재즈, 팝, 포크, 힙합 등 주요 음악 장르도 세분화했다. 더 이상 똑같은 장소에서 비슷비슷한 라인업만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음악만 듣기 위해 페스티벌을 찾지 않는다. 음악을 들으며 쉬기 위해 가고, 음악을 들으며 놀기 위해 간다.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추억을 만들고, 남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기 위해 간다. 페스티벌은 특별한 체험의 장으로 취향을 전시하고 공유하고 축적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펜타포트는 여전히 한여름에 열린다. 폭염 때문에 옴쭉달싹 하기 힘든 여름을 꿋꿋이 음악으로 맞선다. 그리고 펜타포트는 여전히 록 페스티벌이다. 


이제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페스티벌은 대개 일렉트로닉, 재즈, 팝 페스티벌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록 마니아가 음악 마니아를 대표했지만, 이제 대세는 알앤비, 일렉트로닉, 힙합이다. 록이 죽지는 않았다. 여전히 수많은 밴드들이 좋은 음악을 내놓는다. 하지만 트렌드는 바뀌었다. 사실 한국에서 록이 인기의 중심에 서 있던 순간은 아주 잠깐뿐이었다. 그러다보니 펜타포트 역시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에게 문을 열지만 근본이 록 페스티벌임을 부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더 특별해졌다. 여전히 락 페스티벌을 지향하는 페스티벌, 한결같이 한여름에 열리는 페스티벌, 티켓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페스티벌, 운영 시스템을 계속 개선하는 페스티벌이기 때문이다. 특히 펜타포트는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13년째 계속 열리면서 크고 작은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매해 출연진 중에는 항상 보고 싶었던 뮤지션이 있었고, 보면서 행복해지고 충만해지는 뮤지션이 반드시 있었다. 


무엇보다 추억의 공간들이 금세 사라져버리는 나라에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다. 어느새 펜타포트는 매년 여름이면 당연히 열리는 페스티벌이 되었다. 펜타포트가 열리면 또 한 해가 가는가 보다 싶어졌고, 그 언젠가 펜타포트에서 보낸 여름을 더듬게 되었다. 익숙한 단골 식당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찾는 페스티벌이 되었다. 


형편이 좋지 않음에도 한 해도 쉬지 않고, 관객들에게 친절한 페스티벌을 좋아하지 않기는 어려웠다. 그 뚝심을 존중하고 사랑하지 않기는 힘들었다. 더 출연진이 화려하고, 더 교통이 편리하고, 더 분위기가 좋은 페스티벌이 있지만 펜타포트는 안으로 굽는 팔처럼 지켜주고 싶은 페스티벌이 되었다.




올해 펜타포트 역시 당연하다는 듯 열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당연하게 펜타포트가 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줄다리기가 있고, 고심이 있고,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래서 이제는 펜타포트 소식을 듣고, 라인업을 보면 아쉬운 생각보다 애썼다는 생각이 앞선다. 물론 펜타포트에서 봤으면 좋겠는 뮤지션이 없지 않고, 이제는 다른 컨셉트를 보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펜타포트에는 펜타포트만의 색깔이 있고 펜타포트가 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2018 펜타포트의 라인업 역시 그렇다. 올해 펜타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록 페스티벌답다. 일렉트로닉, 팝, 힙합 뮤지션들로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경향이 잦아든 올해 펜타포트의 메인 스테이지와 서브 스테이지 라인업은 DTSQ, 글렌체크, 나인인치네일스(Nine Inch Nails), 네버 영 비취(Never Young Beach), 더 칵스, 데이브레이크, 디어 클라우드,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 라우드니스(Loudness), 라이프앤타임, 로맨틱펀치, 랜드오브피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문댄서즈, 사우스카니발, 서치모스(Suchmos), 소닉스톤즈, 새소년, 스타세일러(Starsailor), 아도이, 아이엠낫, 오오오, 워크 더 문(Walk The Moon), 자우림, 잔나비, 크로스페이스, 크래쉬, 피아, 혁오, 해머링, 후바스탱크(Hoobastank) 등 거의 밴드이거나 록 뮤지션이다. 김페리, 나잠수와 빅웨이브즈, 다브다, 라이엇키즈, 맥퍼핀, 세이수미, 앗싸, 엔플라잉, 완태, 웨터의 이름도 눈에 띈다. 세 무대 출연진 다수가 록 아니면 밴드다. 그렇다고 김하온, 더 블러디 비트루츠(The Bloody Beatroots), 마리안 힐(Marain Hill), 선우정아, 신세하 등의 이름에 눈길을 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번 펜타포트의 라인업에는 관록의 뮤지션들이 돋보인다. 펜타포트 첫날 케이비 국민카드 스타샵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인 자우림과 코나 카드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인 피아부터 그렇다. 자우림은 1997년 데뷔 이후 한국의 인디 신에서 배출한 스타 밴드이다. 프론트우먼 김윤아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도발적인 발랄함과 팝의 경쾌함, 내면의 고통을 표출해온 자우림은 록의 대중성과 완성도라는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선취하고 있다. 그리고 1998년에 결성한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 피아는 항상 록 페스티벌의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들곤 했다. 취향에 따라 더 좋아하는 밴드가 다를 수는 있지만 자우림과 피아가 한국 록의 정점에 가까운 에너지를 뿜는 밴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미 여러 차례 내한공연 온 스타세일러 역시 관록의 밴드이다. 2000년에 결성한 후 스타세일러는 계속 브릿팝에 기초한 근사한 음반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해 오랜만에 내놓은 [All This Life]는 스타세일러의 건재를 확인시킨 수작이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첫날 무대에 오르는 라우드니스의 관록은 모든 출연진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8월 11일의 헤드라이너인 나인 인치 네일스 역시 관록이라는 말도 송구스러워질 밴드이다. 1989년 결성한 나인인치네일스는 그 해 발표한 음반 [Pretty Hate Machine]에서부터 나인인치네일스의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폭발시키며 주목받았다. 유일한 공식 멤버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는 연주자를 바꿔가면서 지금까지 10장의 정규음반을 내놓았다. 많은 이들이 나인인치네일스를 초기작만으로 기억하지만 나인인치네일스가 2008년부터 내놓은 음반 [The Slip]과 [Hesitation Marks] 역시 역작이다. 올해 6월에 발표한 [Bad Witch]도 저력을 보여주기는 충분한 음반이다. 과거의 명곡으로만 나인인치네일스를 기억하지 말고, 현재의 나인인치네일스를 만나볼 때다. 뮤지션은 과거의 히트곡을 재현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늘 지금의 자신을 표출하기 위해 존재한다. 




8월 12일의 헤드라이너인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같은 경우는 관록이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역사라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1984년 결성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슈게이즈 사운드의 대표 밴드로 국내외 숱한 뮤지션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다. 2013년 첫 번째 내한공연을 통해 특유의 집요함을 보여주었던 마블발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인데, 여름밤을 수놓을 사운드의 폭풍에 휘말려보면 어떨까. 그들이 만들고 터트릴 사운드 스케이프는 더위조차 증발시키고 말 것만 같은 영롱함이 있다. 함께 같은 곳에 있지만 유영하듯 다른 시공간으로 떠나게 만들 음악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올해 펜타포트에는 헤드라이너급 해외 뮤지션 외에도 한국의 대중음악 신에서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온 뮤지션들이 두루 포진해있다. 달콤하고 경쾌하고 격렬한 음악의 성찬이 기다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뮤지션에게는 변함없는 환호를, 몰랐던 뮤지션에게는 호기심과 관심을 보내보자. 페스티벌은 내 마음 속 새로운 스타를 만들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다.  마음 속 스타의 수만큼 기쁨도 커진다.




탈진하지 않도록 서로 챙기고 배려하며 다시 펜타포트로 질주하자. 세상 뜨겁고 시원한 음악을 사랑하는 여러분의 여름이, 거기에 있다.





서정민갑

2004년부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광명음악밸리축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대중음악웹진 가슴 편집인과 대중음악웹진 보다의 기획위원을 맡았고, <Red Siren> 콘서트, <권해효와 몽당연필> 콘서트,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등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연출도 병행하고 있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를 비롯한 몇 권의 공저가 있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이메일은 bandoby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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